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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유대열 (8) 날 위해 모든 것 바치신 부모님, 생사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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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봉예아 댓글 0건 조회 32회 작성일 19-08-14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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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서 공부하는 아들 배 곯을까봐 당신들 앞으로 나온 식량 증서 내주고 화전 일궈 감자로 끼니만 때우셔유대열 목사(화살표)가 1998년 11월 28일 서울 송파제일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후 세례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

“그만 들어가시라”고 했지만, 어머니는 끝내 동구 밖까지 따라 나오셨다. 25년 전 마지막으로 뵌 모습이다. 어머니는 아마 내가 먼 길을 떠난다는 것을 짐작하셨을 것이다.

길을 떠나기 며칠 전 나는 짐을 모두 정리하며 이상한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은 다 태워버렸다. 그중 하나가 중국에서 유학할 때, 어느 남한사람으로부터 선물 받은 영한사전이었다. 이 사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발각되면 보위부에서는 이미 ‘사상이 변한 자’로 판단할 것이고 부모님께 더 큰 형벌을 가할 게 분명했다.

사전을 집 뒤에서 몰래 불태우고 있는데, 어머니가 보시곤 “네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사전을 왜 태우는 것이냐. 혹시 너 아예 떠나려는 거 아니냐”고 물으셨다. 나는 그런 일 없다고 서둘러 얼버무렸다. 그 후 지금까지 부모님 소식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내가 떠난 후 부모님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심한 악형을 당한 건 아닌지, 아직 살아계시는지 궁금하다. 부모님께 나는 너무 큰 죄인이다.

부모님은 오랫동안 북한정권으로부터 피해를 본 분들이다. 작은할아버지는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시고 아버지도 장군의 자리에서 쫓겨나 시골의 하역부로 추방당하셨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아버지는 심장병을 얻어 오랫동안 고생하셨다.

대학에서 공부할 때, 나는 집에다 ‘량권’을 보내 달라고 종종 부탁했다. 량권은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돈과 함께 내야 하는 증서 비슷한 것이다. 동기들은 모두 부유한 집 자제들이었기에 배고픔을 몰랐지만, 객지에서 혼자 공부하는 난 늘 배가 고팠다.

부모님은 그때마다 아무런 말도 없이 편지봉투 속에 량권을 넣어 보내주시곤 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여름방학을 맞아 집으로 간 어느 날이었다. 더위를 식히려 앞마당에서 등목하는 아버지를 보고 있는데 아버지 배 위에 난 수술 흉터를 보게 됐다. 아버지는 황급히 수건으로 가리시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씀하셨지만, 어머니를 통해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아들이 대학에서 힘들게 공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부모님은 자신들 앞으로 나오는 식량 배급을 거의 모두 량권으로 바꾸셨다. 그것을 내게 보내주시고는 화전을 일궈 감자 농사를 지어 식량을 대신하셨다. 어느 가을, 수확한 감자를 손수레에 싣고 산비탈을 내려오던 아버지가 산에서 굴러떨어지며 배를 다치셨는데 장이 파열됐다. 병원에 실려 가 수술을 받았지만, 북한의 의술이 좋을 리 없었다. 부모님은 그렇게 자식을 위해 굶주리셨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신 분들이었다. 두 분만 생각하면 늘 목이 멘다. 너무나 그리워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아버지, 어머니, 지금 잘 살아 계신지요?’

부모님께 큰 죄를 지어 마음 아파하는 모습을 이따금 아내에게 들킬 때가 있다. 그때마다 아내는 “여보, 우리는 하나님의 종들이에요. 하나님을 위해 우리의 일생을 드려 살고 있는데 하나님께서 아버님, 어머님을 보호해주시지 않겠어요”라고 이야기해준다. 나는 아내의 그 말을 믿는다. 그리고 그 말에 큰 위로를 받곤 한다.

정리=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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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오로지 강남 집값 잡기에 '올인'한 대책으로 '로또 청약' 및 공급 위축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재건축에 들어간 단지에까지 상한제를 소급 적용함으로써 위헌 시비까지 낳고 있다. 둔촌주공 등 재건축 중인 76개단지, 7만여 가구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일부 단지는 분양 수익 감소에 따른 가구당 손실만 1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작용도 문제지만 정책 발표 과정에서 당정 간, 정부 부처 간 조율 역시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이번 발표를 두고 관가에선 '총리급 국토부 장관'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 활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상한제에 반대했지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들은 척 않고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기재부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발표 연기 주문이 있었지만 김 장관이 직접 청와대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이 뚝심을 발휘해 기재부 반대를 물리친 사례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 버스 파업 당시 김 장관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와 3자 합의로 버스 준공영제에 합의했다. 앞서 중앙정부 예산으로 버스회사를 지원할 수 없다는 원칙을 밝힌 홍 부총리 입장이 머쓱해졌다.

국토부의 '경제부총리 패싱'이 거푸 화제가 되는 것은 김 장관이 이 정부 실세 정치인 출신이기 때문이다. 정통 관료 출신으로 정권 내 지분이 없는 홍 부총리와는 배경이 다르다. 최근엔 이낙연 국무총리 후임으로도 거론될 만큼 청와대 신임이 두텁다고 한다. 그러나 김 장관이 힘이 센 것과 경제부처 장관으로서 처신은 별개 문제다. 경제부총리란 직제를 둔 것은 기재부 장관이 나머지 경제부처를 통솔해 유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집행하라는 뜻이다. 전·현직 청와대 정책실장들도 '컨트롤타워는 경제부총리'란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 그런데 실상은 경제부총리 의견이 일선 부처에서 묵살된다는 것이다. 힘 있다고 과시하는 쪽이나 이를 방치하는 청와대 모두 문제가 있다. 개인적인 영향력이 시스템과 위계를 뛰어넘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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